부에노스 아이레스 플라멩코 관람 및 가격, 레콜레타 공동묘지
세계여행 컨설팅을 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언제나 그렇듯 첫째는 오픈 마인드, 둘째는 외국어, 마지막은 사전 지식이라고 답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렇다 쳐도, 많은 사람들이 '사전 지식'과 '사전 정보'를 혼동한다.
사전 정보는 어떤 장소에 대하여 '가는 방법' '입장료' 따위의, 그곳을 즐기는 것과 관련 없는 '방법론'으로써, 별 노력 없이 찾을 수 있는 정보다. 반면 사전 지식은 이러한 장소가 생기기까지의 '과거 사건'과 관련 인물이 '갖는 의미'를 말한다. 이런 사전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른 차원의 여행이 가능해진다.
오늘 포스팅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플라멩코와 레콜레타 묘지에 관한다. 가격이나 관람 팁은 당연히 언급되겠지만, 이 포스팅을 통해 플라멩코의 유래와 현재, 레콜레타를 통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빈부차에 대해 알 수 있다.
플라멩코의 유래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지역 안달루시아를 대표하는 춤으로, 명칭의 유래는 아랍어인 펠라(Felah, 농민)와 멩구스(Mengus, 유랑인)가 합쳐진 것으로 알려진다. 플라멩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춤을 추는 당사자, 집시를 알 필요가 있다.
흔히 집시는 사람들 앞에서 쇼를 부리거나 단시간의 노동으로 최소한의 돈을 벌어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집시는 그러한 성향을 많이 띄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집시(Gypsy)라는 이름 때문에 이집트(Egypt)에서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왕왕 있다. 실제 이집트 통행증을 갖고 다닌 집시들도 있었지만, 과거 집시들은 인도 북부에서 유럽으로 넘어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라크나 시리아 난민, 이란, 터키 등에서도 넘어왔다. 과거 집시들은 전쟁이나 흉년 등을 피해 도망 다녔고, 그 때문에 ‘나라를 버렸다’ 또는 ‘애국심이 없다’며 멸시와 차별을 받았다.
자유로운 생활이 그들의 조상이 원했던 삶이었을지는 몰라도, 후예들에게 처한 저임금과 처우 열악의 현실은 그들을 일용직 혹은 얄팍한 점성술이나 조악한 기념품을 팔아 연명하는 ‘진짜 유랑민’으로 만들었다. 또한 집시란 이유만으로 히틀러의 학살에도 희생됐다. _ 출처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이처럼 플라멩코는 비루한 삶에 간절히 대항하는 춤이다. 만약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에 여행을 왔다면 플라멩코는 꼭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 다만 반드시 홀 같은 특정 공간에서 볼 필요는 없다. 위의 두 국가라면, 공원에서 공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장소에서 공연한다고 색안경을 낄 필요가 전혀 없다. 플라멩코를 비롯해 다양한 춤을 공연장과 거리에서 봤지만,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플라멩코 공연은 세비야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한 중년 여성의 춤사위였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그래도 평이 우수한 Cena Tango Show의 가격은 아래와 같다.
스페인어로 쓰여져 있다. 차이는 제일 상단은 좌석이 정면+와인 반 병+맥주가 포함되어 있고, 아래 등급은 옆좌석이고 음료는 한잔뿐이다. 하지만 그날 비가 너무 온 까닭에, 숙소에 있던 친구들과 춤을 추며 와인을 마셨다.
할인 가격은 핵심이기 때문에 촬영이 불가능 하다.
라 레콜레타
이곳이야 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와, 그 경계에 상존하는 빈부 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선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에비타로 불리는 ‘에바 페론’의 가족묘가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곳에 자주 들러 꽃을 놓고 간다.
에바 페론은 죽어서 미라가 되었다. 반대 군부 세력에 의해 그녀의 시신은 이탈리아로 갔다가, 많은 고초를 겪은 후에야 아르헨티나로 올 수 있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근현대사는 에바 페론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알고 간다면 여행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에바 페론에 대한 글을 보고 싶다면 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하시길.
에바 페론 관련 포스팅 : 남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다면 추천하는 박물관 : 국립 미술관, 에비타 박물관
이곳의 정식 명칭은 Cementerio de La Recoleta, 참고로 세멘떼리오 Cementerio는 스페인어로 공동묘지다.
이곳에는 평일이나 주말을 마다하지 않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으리으리하게 만들어진 조각들 사이를 걷다 보면 죽음의 냄새보다는, 생동감이 더 느껴지는 아이러니함과 마주친다. 묵념을 하는 가족들 사이로 보이는 관광객들의 셔터 소리가 이질적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빈부격차
이곳만큼 아르헨티나의 빈부격차를 말해주는 곳도 없다. 아르헨티나 4인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2억을 밑도는데, 죽어 없어진 육신을 담는 죽음의 아파트는 무려 5억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곳에 가족 묘가 있다는 것은, 꽤 잘 산다는 반증이다.
산 자보다 죽은 자의 자리가 더 비싸다는 사실에, 주변 빌딩 숲에 사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 보니, 나는 충분히 자본주의적 인간임이 확실했다.
이곳이 정말 인상적인 부분이 뭐냐면, 똑같은 조각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있겠다만 찾기 어려웠다.
중남미를 여행하다 보면 국가에서 홍보할 만큼의 큰 공동묘지를 방문할 수 있다. 묘지마다 다양한 조각들을 볼 수 있는데, 그 개수가 한정적이다. 마치 두세 곳의 석재상에 주문하는 탓에, 어쩔수 없이 중복되는 느낌이랄까?
그런 부분에서는 레콜레타 묘지야 말로 진정한 ‘죽음의 박물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자료 출처 일부는 제 저서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입니다. 스페인어를 공부하시거나 스페인 또는 유럽사에 대한 인문 지식을 즐기신다면, 가볍게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스페인어와 스페인 역사 및 문화에 대한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고 싶다면, 아래 커리큘럼도 참고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