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와 엠빠나다 그리고 한인마트 라면까지. 음식의 고장 아르헨티나 살타. 산 베르나르드 전망대와 바실리카 대 성당
만약 중남미 여행을 했을 때 아래에서 올라온다면 살타는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도시가 될 것이고, 위에서 내려온다면 첫 번째 도시가 될 것이다.
살타는 그 명성에 비해 한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탱고와 플라멩코, 우수아이아에서 세상의 끝을 만끽하고 멘도사에서 와인에 취해버리면, 살타에서 머물 시간이 그리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타는 이름이 많은 도시다. 음식의 도시이며, 안데스의 역사를 품고 있고, 스페인의 손아귀에서 나라를 구한 독립영웅 중 한 명을 배출해 낸 도시다. 때문에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이곳에 모이고, 케이블에 올라 도시 전체를 즐긴다.
살타는 어디?
살타는 아르헨티나 북부에 있는 도시다. 이곳은 아르헨티나에서 8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지만, 막상 도시에 들어가면 그런 느낌이 강하지는 않다. 아무래도 밀집되었다기 보다는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아래쪽(수도)에서 올라왔다면 이곳에서 처음 느껴보는 두통을 경험할 수 있다. 바로 고산병이다. 이 도시의 고도는 1152m로 꽤 높은 곳에 있는 셈이다. 1097m인 월악산보다 높은 곳에 아르헨티나에서 손꼽히는 도시가 있는 셈이다.
살타에 가는 방법
살타에 오는 방법은 비행기와 버스인데, 부에노스 아이레스로부터 꽤 멀다. 약 1500km 로 버스로 온다면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리는 시간이다.
살타 즐길거리
살타의 즐길거리는 꽤 다양하다.
1. 산 베르나르도 전망대
살타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수 있는 곳으로 이곳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다. 생각보다 높고 정상에 커피숍이 있으나 가격도 비싸고 언제나 사람이 붐비니, 간단히 샌드위치를 가져가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전망대에서 걸어내려오면 산 베르나르도 수도원을 볼 수 있다. 과거 가톨릭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거의 유물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매우 신성시 여긴다. 전망대를 그의 이름으로 명명했을 정도니 말이다. 베르나르도 성자가 걸어온 업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 MAAM 고고학 박물관
현재 남미의 뿌리를 볼수 있는 곳이다. 안데스 문명은 콜롬비아부터 칠레 북부 아타카마 부근까지, 아르헨티나는 이곳 살타까지 번성했던 문명이다.
안데스 문명은 한국인에게 생소할 수 있으나, 마야 제국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가장 번영했던 제국의 사라짐, 바로 마추픽추가 마야 제국의 산물이었고, 마야는 안데스 문명에서 시작된 세력 중 가장 번성했던 세력이었다.
이곳에는 안데스 문명의 발자취와 그들로 추정되는 실제 미라 그리고 안데스 고원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3. 바실리카 살타 대성당
이 성당이 유명한 이유는 단 하나다. 예쁘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성당을 La Catedral Rosada라고 부른다. Catedral '까떼드랄'은 스페인어로 성당, rosada '로사다'는 ‘분홍의’라는 뜻이다. 간혹 ‘붉은’이라고 쓰이는데, 이 경우 ‘장밋빛’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걸 혼용해서이다. 추가로 스페인어로 ‘붉은’은 roja ‘로하’다.
멀리서 봤을때는 이 ‘분홍색 성당’의 별명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아이보리색과 분홍색이 적절히 섞여있지만, 성당에 가까워질수록 분홍색으로 칠한 부분이 많아진다. 이곳의 진가는 노을이 질 때쯤 성당이 보이는 곳에서 마시는 살타 맥주가 곁에 있을 때다.
4. 게메스 Güemez 박물관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에게 지배당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의 독립영웅으로 산 마르틴만 알고 있다. 하지만 게메스 장군 또한 아르헨티나 독립을 위해 삶을 바쳤다. 그의 고향이, 이곳 살타다
간략히 아르헨티나의 독립에 대해 말하자면, 다음 말할 소고기와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식민지로써 다른 국가에 비해 가치가 낮았다. 금광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넓은 초원을 가진 이곳에 소를 가져다가 키우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금과 은이 발견된 이웃나라 페루, 콜롬비아, 볼리비아가 비참하게 수탈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의 왕 페르난도 7세를 폐위시키고 스페인에 독립운동이 발발했고, 그제야 아르헨티나는 독립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목축업은 아르헨티나의 강력한 수입원이 되었다.
살타 먹을거리
살타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손꼽히는 먹방 도시다. 이곳에 유명한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엠빠나다 Empanada 다. 우리로 치면 ‘구운 왕만두’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을 포함한 중남미 지역에는 엠빠나다와 같이 재료를 밀전병에 싸 먹는 식의 음식이 발달했다. 밀전병을 굽거나 튀기는 등의 방식에 따라 타코, 엠빠나다, 께사디야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곳은 아르헨티나의 주요 도시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물가가 저렴한 곳이다. 상세한 데이터를 갖고 증빙할 수는 없지만, 3개월 동안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오가며 여행하면서 이곳이 정말 저렴하다고 체감할 수 있었다.
같은 돈으로 소고기를 더 살 수 있고, 같은 돈으로 와인을 더 마실수 있었다. 그러니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살타는 한 번은 꼭 와봐야 하는 곳인 셈이다.
한국인 식료품점
이곳에서 한국인이 반길 이유가 하나 있다면, 바로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중남미 음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한국 음식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라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한국인에게는 유명한 장소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라면을 한번 끓여먹었는데, 숙소 주인이 자신도 먹어본 적 있다면서, 하지만 자신의 입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너무 수아베 suave, 즉 씹는 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라면을 스파게티를 요리하듯 끓였던 것이다. 그러니 신라면이 죽이 될 수밖에.. 그녀에게 신라면의 진짜 요리법을 알려주고 맛을 보여주자 그녀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muy rico (무이 리꼬)’라는 말을 반복했다. 스페인어로 muy는 ‘매우’, rico는 ‘맛있다’는 뜻이다. 하긴 신라면에 소고기 안심이 들어갔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그녀는 내게 라면 값이 너무 비싸다며, 한국 물가는 원래 그러냐며 물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기준으로 60~65페소니까 한화로 3000~3500원 정도니 비쌀 수밖에.. 그대들의 소고기도 한국에서는 최소 3~4배라고 말했더니 그러면 뭘 먹고 사냐고 하길래, 소는 정말 좋은 날에만 먹는다고 말해줬다. 그녀는 한국에서는 절대 살 수 없을 거란 말을 했다.
이곳은 구글맵에 tienda rio negro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참고로 띠엔다 tienda는 '상점', 리오 rio는 '강', 네그로 negro는 '검은'이라는 뜻이다. 바실리카 살타 대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다
살타를 여행한다면
살타는 매우 고도가 높은 곳이다. 때문에 높은 지대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도착하자마자 격한 활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건조한 편이기 때문에 목 건강에 신경 써줘야 한다. 하지만 근처 아타카마 사막이나 볼리비아에 비하면 공기의 질이 좋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근처 Cerro Malcante로 트레킹을 할 수 있고, 근처 후후이 Jujuy에도 가보는 것도 좋다. 말 그대로 살타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인정하는 맛의 도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것을 먹고 마시길 추천한다. 아르헨티나 여행은 소고기와 와인, 이 두 가지를 최대한 많이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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