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도시 아르헨티나 멘도사, 혼자 자전거 렌탈에서 와이너리 여행 팁, 와인 정보까지
왜 멘도사를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와인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렇다면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멘도사를 지나쳐도 될까? 아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 멘도사는 어떻게 와인으로 유명해졌을까? 먼저 아르헨티나가 세계에서 와인으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와인 생산국이다. 2019년 기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와인을 생산한다.
참고로 세계 1위는 이탈리아, 2위 프랑스, 3위 스페인, 4위는 미국이다. 이 네 국가의 와인 생산국 순위는 오랫동안 변동이 없었고, 5위를 두고 아르헨티나와 호주가 경쟁 중이다.
하나 더 말하자면, 부동의 와인 생산은 이탈리아가 1위지만, 면적당 최대 와인 생산은 스페인이 1위다(참고 서적: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이곳 멘도사가 아르헨티나 와인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한다.
멘도사에 가는 방법
멘도사에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도 유명한 와인 산지이기 때문에 비행기도 버스도 충분하다. 이동시간은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 버스로는 1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버스로 6시간 정도 걸린다. 국경을 넘는 부가적인 시간은 제외한다.
우리가 멘도사에 가는 이유
이곳을 여행할 이유가 와인뿐이라면, 세계 5위라는 타이틀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남미 끝이라는 멀디 먼 지리적 특징도 우리의 여행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김치만 있는 것이 아니듯, 멘도사에는 와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와인을 마시기 위해 20시간이 넘는 비행을 감수할지는 개인의 몫이지만, 만약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다면, 멘도사는 놓치면 후회할 옵션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와인이 주목받기 시작하다
아르헨티나 와인이 유명해진 이유는 이곳에만 있는 포도 품종인 말벡 Malbec 때문이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고산지대와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 주로 생산된다. 그래야 당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데스 산맥의 높은 고도와 건조한 기후가 만나 이곳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와인 산지로 거듭났다.
천대받던 프랑스의 포도
멘도사 도심 또는 와이너리에 간다면 많이 보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Maipo(마이뽀) 또는 Maipu(마이뿌) 다. 마이뽀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남쪽의 도시다. 칠레에서 유명한 와인 산지 중의 하나다.
그렇다. 멘도사 즉 아르헨티나의 말벡 Malbec 은 칠레에서 넘어온 것이다. 바로 미셀뿌제 Michel Pouget 에 의해서다.
당시만 해도 포도는 기르기 어려운 작물이었다. 민감했고 해충에 취약했다.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에서는 칠레에 와인용 포도를 부흥시킨 미셀 뿌제를 영입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고, 결국 성공했다.
참고로 스페인어 Maipo에는 뜻이 없다. 단순 지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어 사전을 검색해보면 항상 붙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Viña(비냐)다. 비냐는 스페인어로 ‘포도밭’을 뜻한다.
다시 미셀 뿌제로 넘어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그는 아르헨티나 사람도 칠레 사람도 아니다. 와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인 프랑스, 게다가 보르도 출신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천대받는 말벡을 안데스 산맥으로 들여와 칠레 경제에 빼놓을 수 없는 와인산업 부흥의 초석이 된다.
당시 아르헨티나와 칠레 국경에는 운송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말을 타고 높은 안데스 산맥을 넘어와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말벡을 뿌리내리게 했다. 물론 그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런 결실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영향력이 막대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멘도사에서는 Maipo 또는 Maipu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띈다. 우리로 치면 ‘대관령 배추’ ‘안동 소주’ 같이 ‘원조’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멘도사를 즐기는 방법
멘도사에 왔다면 와이너리 투어를 추천한다. 이곳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단체 투어’와 ‘개인 투어’다. 단체 투어는 도심에 있는 여행사나 숙소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이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는 투어를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숙소까지 픽업하는 투어가 있었지만 대중교통으로 그곳에 가는 방법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현재는 거의 없다.
일부 와이너리는 투어객의 수를 한정하고, 유명 와이너리는 일찍 예약이 차기 때문에 미리 예약이 필요하다.
다른 방법은 자전거를 렌트하는 것이다. Maipu 까지 이동한 후에 자전거를 빌려 멘도사의 포도 농장을 둘러보는 방식이다. 주말과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때가 아니라면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니, 자전거로 유유자적 다녀보는 것도 좋다. 다만 이러한 리스크를 즐기지 않는다면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도심의 투어사나 자전거를 렌트할 때도 가능하다
멘도사 마이뿌 Maipu에서 자전거 렌트하는 방법 및 비용
왜 멘도자가 아니고 멘도사라고 부르는 걸까? 스페인어는 ‘z’를 ‘ㅈ’이 아닌 ‘ㅅ’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보를 드리자면, 중남미에서는 ‘ㅅ’이지만 스페인에서는 번데기 발음인 ‘th’로 발음한다.
멘도사에서 마이뿌 와이너리까지 가는 버스는 171/172/173번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교통카드가 필요하다. Red Bus라고 쓰인 상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거의 대부분 상점에서 취급한다. 비용은 19페소, 한번 탈 때마다 11페소를 지불한다. 도심에서 약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어디서 어떻게 내려야 하나’ 또는 ‘자전거를 어디서 빌릴까’를 고민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친절에 ‘마이뿌’라고 알려줄 것이다. 그곳에 YPF 주유소가 있으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두세명 정도의 호객꾼들이 접근하는데, 이곳의 호객들은 매우 젠틀하다.
자전거 렌트 비용은 100페소며 이용시간은 반나절이다. 그렇다고 ‘6시간’을 꼭 준수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24시간으로 잘못 이해하고 다음날 가져다주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곳에서 유명 와이너리 투어를 예약할 수 있는데, 언급했듯 일부 유명 와이너리는 사람이 금방 차며 게다가 영어 가이드가 진행하는 투어는 횟수가 더욱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멘도사 즐기는 팁
멕시코에서 시작한 중남미 여행이 10개월 차에 들어설 때 멘도사에 도착했다. 많은 와이너리를 거쳐봤지만, 역시 이곳은 이곳만의 특색이 있었다. 말벡이라는 품종이 정말 여러 형태로 생산되고 있었다. 만약 와인이 생산되는 과정을 본 적 없다면, 이곳에서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다만 유명 와이너리의 경우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체력이 약한 경우 모든 양조장에 가기 위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와인을 마신 상태에서 땀을 많이 흘릴 경우 취기가 쉽게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렌털 샵에서 만난 한 친구는 도중에 취해버린 탓에 먼저 멘도사로 떠나야 했다.
또한 타인의 취향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전거의 진짜 매력은 주변 포도밭을 즐기며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평온을 느끼는 것이다. 남들이 유명하다고 말하는 양조장을 따라다니기보다는, 이곳저곳을 들리며 맛보기 와인을 마셔보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무료 시음만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 간혹 투어만 하다가 끝내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와이너리 투어의 핵심은 바로 ‘와인’이다.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와인도 맛있겠지만, 발코니에 앉아 포도밭을 즐기며 천천히 와인을 음미해보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큰 즐거움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값을 지불해야 한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내가 했던 3가지 중 하나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다양한 종류의 와인 : 말벡으로 주조된 화이트 와인부터 레드 와인까지 코스별로 즐길 수 있다
2. 다양한 연도의 와인 : 레드 와인을 최근 연도부터 음미하며, 빈티지 와인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낼 수 있다
3. 다른 종류의 술 : 멘도사의 마이뿌는 와이너리로 유명하지만, 다른 종류의 술도 맛볼 수 있다. 포도 지옥(?)에서 벗어나 럼 같은 증류수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그 외
멘도사는 포도를 경작하기 좋은 고도다. 즉 높고 건조하다는 뜻이다. 드넓은 마이뿌 시골길을 달리며 약간의 와인이 계속 몸에 축적되다 보면, 쉽게 취하게 된다. 그곳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 드넓은 곳에 방치되었다가는 큰 변을 당할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취하지 않도록 적당한 음주와 본인 체력을 넘는 거리를 오가서는 안된다.
멘도사에서 즐길 거리
멘도사는 아르헨티나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때문에 볼거리가 풍부하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근처의 바 bar에 갈 수도 있다. 소고기가 우리나라의 반값인 이곳에서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아마 두고두고 후회할지 모른다 (마트 기준). 스페인 음식인 하몽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멘도사 여행 팁
숙소 : 아르헨티나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인 이곳에 여행한다면 숙소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평이 좋은 숙소는 금세 예약이 찰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이동 : 아르헨티나에서 항공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주로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 또는 아르헨티나 북부 살타에서 이동한다. 성수기에는 차량이 충분하지만 비수기에는 격일 또는 그 이상이 소요될 수 있으니 미리 차량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가 : 마트에서 구매할 경우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하지만, 식당에서 사 먹을 경우 1.5~2배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