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대학교가 보였다. 일요일인지라 휑하다. 계단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이곳 학생이라면서 내게 다가왔다.
"안녕.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
"너 스페인어 할 줄 알아?"
"응. 조금"
그들은 k-pop에 관심이 있고, 아시아 국가에 여행가고 싶다는 둥 라틴 특유의 친화력을 보여줬다. 그러다 내게 식사를 하러 가자는 것이다. 불연듯 숙소에서 만난 친구가 어제 이 자리에서 당한(?) 이야기를 말해준것이 기억났다.
그녀 역시 스페인어가 가능했고, 이곳에서 여학생 3명을 만났다고 했다. 미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며 간단히 칵테일을 마시자고 했고, 자리가 끝난 후 그녀들은 그녀에게 술 값을 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거부한 그녀에게 '너희들은 돈 낼 여력이 되잖아'라며 적반하장으로 그녀를 위협했다고 했고, 화가 끝까지 난 그녀가 '이게 구걸이나 사기랑 뭐가 다르냐'라고 말하자, 어이없게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한다. 아직 가볼 곳도 많고, 뻔히 수법이 보이길래 거절하고 공동묘지 방향의 버스를 탔다.
라틴국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물론 그들이 말하길) 공동묘지라고 했다. 400구가 넘는 망자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이곳은 입장료가 있다. '남의 묘에 들어가는데 돈을 내야 한다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곳은 무덤이기 보다는 조각 박람회 같은 곳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물과 그늘 막을 것을 챙겨오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