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español/스페인어 입문

문법의 경시. feat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 1부

페드로jr 2020. 3. 15. 21:15

여기 A가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자신있게 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시험 영어'에 특화된 사람이죠. 그 어렵다는 대학교 편입 영어도 해보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름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왠만한 영어 문법을 거쳤습니다.

반면 B는 책상에서 하는 외국어 공부를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패턴신봉자' 이며 '실전주의자' 입니다. 그의 영어는 이태원에서 시작하여 꽃을 피웠고, 언제나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그의 주변에 있습니다.

 

B는 A에게 항상 말합니다. 영어는 실전이라구요. 과연 B의 말이 맞는걸까요?

 


그의 말도 일견 일리가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영어 교육은 꽤나 왜곡되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10년을 넘게 했는데, 왜 외국인 앞에서 한마디도 못하지?' 라며 공교육을 그리고 학원의 학습 방식을 비판합니다. 같이 한번 생각해볼게요



"우리는 정말 영어 공부를 한 것이 맞을까요?"

 


 혹시 '영어 시험 공부'를 한건 아닌지 생각해보셨나요? 많은 분들이 토익과 수능 영어를 '진짜 영어'와 혼동합니다.

결국 영어를 수 년간 공부했음에도 여전히 제자리인 학습법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고, 한국에도 말하기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문법은 중요하지 않아. 패턴만 외우면 대화를 할 수 있어"


어떻게든 말만 하면 된다...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패턴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해두면 반드시 도움이 되죠. 다만 문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에는 기초공사가 선행됩니다. 건물을 지을 때도, 하물며 춤을 출 때도 개인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나의 퍼포먼스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외국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어 공부가 어려운것은, 한국어와 다른 문법적 체계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무슨 변형이 이리도 많은지, 특히 완료형이나 많은 전치사는 외국어의 학습 의지를 무참히 꺽어 놓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를 일정수준까지 공부 해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그리고 완료를 구분하지 않은 문장이 얼마나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말입니다. 

 

만약 패턴에 나오는 200 혹은 300개의 문장만을 학습하고 문법을 등한시 한다면, 우리의 외국어는 금새 벽에 부딪힐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 완료형과 청유같은 것들을 머릿속에 정리 해두지 않는다면, 웃으며 말하고 있어도, 그 둘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문법은 슬럼프에 빠진 외국어를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주는 도구가 되곤 합니다. 호주에 있었을 때, 들인 노력보다 영어가 늘지 않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루종일 외국인들에게 둘러 쌓여있고 집에 돌아와 매일 공부를 하는데도, 실력향상이 더디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하루는 호주인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I have been studying English a lot but I don't know why I am always in the same spot"
참 많이도 영어공부를 해왔어. 하지만 나는 항상 그 자리인지 모르겠어.

 

"I think you need to go back to basic. Sometimes we need to get back to what we have done to move to the next stage"
내 생각엔 기초부터 다시 해보는것도 좋을것 같아. 가끔은 다음 레벨을 위해 우리가 해왔던것으로 다시 돌아가서 살펴볼 필요가 있거든



그때까지만 해도 그 친구가 하는 의미가 뭔지 몰랐습니다. 호주에서 사는 것이 큰 불편함은 없었기에 다시 지리한 외국어 공부, 특히 문법을 다시 해야 한다는것이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문법을 다시 정리하면서, 그동안 정형화되서 틀린지도 모르고 쓰던 말들이 많다는걸 알았습니다.

 

외국인(여행자) 치고는 잘하는 것이었지, 듣는 원어민 친구가 이해하기위해 꽤 고생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 정도까지 영어를 할 필요는 없잖아?' 라고 말하실 수 있지만, 저는 그때보다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래서 이 긴글을 읽는거 아닐까요?


 부족했던 문법들, 그동안 사용하지 않느라 1도 신경쓰지 않았던 버려진 문법들도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은 말하기 실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혜택은 다른 놈이 받았죠.

 

예전에 모호하게 들렸던 것들, 관계사를 화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해서 전혀 다른 대화가 되었던 것들이 눈에 띄게 사라졌습니다. 말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니 불필요한 말을 할 필요가 없었고, 불필요하는 말을 했던 시간은 필요한 말로 대체 되었습니다

 

언뜻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문법 공부를 함으로써 듣기가 향상된것이죠. 구조가 튼튼하다면 단어 한 두개 몰라도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문맥이 파악이 되니까요. 물론 핵심 단어가 아니라는 가정에서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렇게 지겹도록 문법만 했는데 영어가 늘지 않은걸까요? 저는 '문법'만 공부했고,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이 그렇듯, 문법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하이라이트에 집중 하게 됩니다. 


"이 문법은 이런 기능을 합니다"


 그 문법을 설명하는 문장과 대표 예문을 슥 본 뒤, 다음장으로 넘어갔던건 아니었을까요. 한 두개 정도 예제를 봤다면 다행이겠지만 사실 그러는 분은 많지 않아요. 굵직한 설명만 보고 예제 같은 활용을 넘어갔으니 단순히 문법의 겉만 핥은 셈이죠.

 

C의 이야기

 

 C는 1년여의 공무원 수험생 시간을 마치고 방황하게 됩니다. 하루에 12~14시간씩 모든 걸 바쳐 달려왔지만 시험에 붙지 못했고, 정작 붙는다 해도 잘 해낼수 있을지 의구심과 싸워왔습니다. 치열했던 수험생활을 마치고 밀려온 허무함에,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그 동안 영어를 열심히 해왔으니까 영어라도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문법과 단어는 질릴만큼 해봤으니까 말하는 연습을 하기로 해봅니다. 어떻게 공부를 할까 생각해봤죠


"어차피 말하기잖아? 말만 많이 해보면 외워지지 않겠어?"


 돈이 없던 그는, 갖고 있던 해커스 파랑이 문법책의 예문을 큰소리로 말하며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그것만 했습니다. 하나 더 있다면 '연음' 연습 정도 였죠. 하루에 4~5시간동안 말하기 연습만 했어요.

해본 사람은 알거에요.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오거든요. 하지만 공무원 공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단내가 지독해 공부 중간에 이빨을 닦은 적도 있어요. 그렇게 4~5개월 공부를 하고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고, 어학원 레벨 시험에 어드밴스 Advanced 반에 편재되었죠.

 그는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해서 실력이 늘었을까요?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가 충분한 문법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C는 이후에도 몇개의 외국어를 공부했고, 그 경험을 통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는 반드시 문법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며,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하지 않고 문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의 요점은 즉슨, 우리가 12년 넘게 영어 교육을 받았음에도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은, 우리가 배운건 영어 교육이 아니라 '영어 시험 교육' 이었기 때문입니다.


 문법이 탄탄하면 튼튼한 신체를 가진 것과 같다

 

"문법보다 어휘가 중요하다" 
"패턴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억양과 발음이 훨신 중요하다"

 많은 분들이 위와 같이 이야기 하곤 합니다. 무언가 잘 하고 싶다면 그것에 맞게끔 해당 부위를 강화시켜야 합니다. 축구를 잘하고 싶으면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고, 복싱을 잘하기 위해서는 펀치력을 길러야 합니다. 운동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모든 운동의 기본은 하체와 허리 그리고 등입니다. 

 

언어가 가장 화려할때가 완벽한 발음과 억양 그리고 다양한 어휘라고 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구조, 즉 문법입니다. 문법이 취약하다면 가고자 하는 목표에 느리게 도달 할 것이고, 간다 하여도 다시 돌아와야 하는 순간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외국어 공부를 하시다가 포기하셨나요? 아니면 잠시 쉬고 계신가요? 제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에 공감을 하신다면, 오늘은 문법책을 한번 펴보는건 어떨까요? 하이라이트만 보지 말고 아래의 용래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간과했던 두번째 세번째 그리고 일곱번째의 활용을 공부해보는건 어떨까요? 다음에는 외국어 학습에 필요한 '방향 설정'에 대해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어는 언어입니다. 외국어를 시험이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는 순간, 한결 편안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해 질 수 있게 되는점 잊지 마시길 바래요.